(배문호칼럼3)깨진 유리창이론 > 자료실/보고서/칼럼

본문 바로가기

자료실/보고서/칼럼

칼럼 (배문호칼럼3)깨진 유리창이론

페이지 정보

작성자 배문호 댓글 0건 작성일 2018-01-05

본문

Broken Window Theory


 배문호 도시계획학 박사
(주거복지연대 이사, LH 부장)

 
  미국 스탠퍼드대 필립 짐바르도 교수는 1969년에 하나의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슬럼가의 골목에 두 대의 중고자동차를 보닛을 열어 둔 채 놔두었다. 그 중 하나의 차량은 유리창이 약간 깨져 있었다. 뜻밖에도 일주일 후 두 대의 자동차 상태는 상이하였다. 보닛만 열어 놓은 차는 변화가 없었으나, 유리창을 깨둔 차는 엉망이었다. 나머지 유리창까지 깨진 것은 물론 차 전체에 낙서가 많이 되어 있었고 타이어, 배터리까지 누군가가 가져가 없어졌다. 단지 유리창 하나를 조금 깨놓았을 뿐인데 걷잡을 수 없는 파괴를 부른 것이다.
  이 실험결과를 착안하여 1982년  범죄심리학자 제임스 윌슨(James Wilson)과 조지 켈링(George Kelling)은 하나의 이론으로 정립하여 월간 잡지 《Atlanta》에 발표하였는 데 학계는 이를 ‘Broken Window Theory(깨진 유리창 이론)’이라 명명한다.
  도시관리 분야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1950년대 중반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세워진 ‘Pruitt-Igoe(프루이트 - 이고)’라는 2,870호의 주거단지는 7만여 평의 땅 위에 11층 38개동의 대단지아파트가 균일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이 단지는 일본계 미국인 건축가 Minoru Yamasaki(미노루 야마자키-그는 2001년 테러로 무너진 뉴욕의 세계무역센타도 설계했다)의 설계로 당시 언론으로부터 최고의 아파트, ‘미래도시 하나의 모델’로써 인식되었다. 그러나 당초 계획에는 아프리카계 주민을 위한 ‘푸루이트’ 단지와 백인용 ‘이고’ 단지로 구분되어 있었으나 마지막 계획에서는 통합되었다. 그 결과 백인들은 하나둘씩 다른 곳으로 이주했고, 결국 아프리카계 저소득층 주민들만이 거주하게 되었다. 또 건물관리상 문제도 생겨났다. 세탁이나 육아와 같은 공동의 공간은 환기와 채광이 제대로 되지 않아 공동(空洞)의 공간이 되더니, 급기야 마약과 강간, 살인이 연이어 일어나고 말았다. 엘리베이터도 비용절감을 위해 3층마다 정지하도록 설계되어 사람들은 많은 불편을 겪었다. 할 수 없이 세인트루이스 시당국은 준공 후 20년도 되지 않아 1972년 다이너마이트로 이 단지전체를 폭발시켰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깨진 유리창과 같은 일의 작은 부분이 도시를 무법천지로 만들 수도 있음을 뜻한다. 이는 우리의 도시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이론이다. 70년대와 80년대에 건축되기 시작한 서양식 단독주택들과 고층아파트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거나 적기에 재건축이나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재생되지 않으면 슬럼화가 진행될 수 있다. 골목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을 방치해 두면 금방 쓰레기 더미가 쌓이지만 도시디자인 개념을 도입하여 예술가들이 재능기부로 예쁜 벽화라도 그려놓으면 감히 거기에 쓰레기를 버리지 못 할 것이다.
  이제 곧 다가올 2015년 신춘을 맞이하여 우리 주변 도시환경을 한번 살펴보자. 골목을 정비하고 예쁜 벽화로 단장하는 등 우리들이 미처 손쓰지 못하는 도심 여러 곳곳을 잘 정비한다면  ‘깨진 유리창 이론’은 단지 학문적인 이론으로만 남게 되지 않을까?                                                                      〈2015.03.24〉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2020 (사)주거복지연대. All rights reserved | Design by i@mpl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