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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밥과 임대단지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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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작성일 2012-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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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과 임대단지 아이들

남상오 주거복지연대 사무총장

 ‘쌀·보리 등의 곡물을 솥에 안친 뒤 물을 부어 낟알이 풀어지지 않게 끓여 익힌 음식으로, 한국음식중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밥이다. 밥은 사람을 지탱해주는 열량을 공급하고 다양한 영양분을 주는 고마운 식품이다. 밥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물질만을 뜻하지 않는다. 밥은 곡물을 키워낸 천지의 기운과 밥상을 차리는 사람의 정성이 담겨있다. 자기 몸에 음식을 바치면서 이웃과 세상을 위해 잘 쓰이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사람들일수록 이런 생각이 강하다고 한다. ‘몸의 양식이 곧 영혼의 양식’이라고 믿는 이들은 밥을 먹는 것이 천 ․ 지 ․ 인의 기운을 목에 불어넣는 것이고 그 기운으로 힘을 쓴다고 얘기한다. “밥심으로 산다”는 속담도 세 끼 밥만 제대로 잘 챙겨서 먹기만 하면 따로 보약이 필요없다는 밥의 중요성에 대한 다른 표현이다.
 이처럼 삶의 기본인게 밥먹는 일에서 시작하지만 하루에 한 끼라도 밥을 제대로 먹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아침은 등교시간에 쫓겨 대충 먹고, 점심은 급식으로 때우고, 저녁은 학원 돌다 허기진 배로 밥을 먹어치우고’ 있는 실정이다. 패스트푸드점이 하루가 멀다하고 늘어나고 빠른 장면전환의 먹음직한 광고를 보고 자라는 청소년들에게는 햄버거나 피자, 치킨이 더 익숙한 ‘밥’이 됐다. 이런 결과는 밥 먹는 일이 분명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여긴대서 온 예견된 결과이다.
 LH가 위탁시행 ․ 관리감독과 사단법인 주거복지연대가 개설 및 운영하고 있는 ‘엄마손밥상’은 방학중 임대단지내 결손아동 및 맞벌이가정 아이들에게 한끼라도 밥을 제대로 먹여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실제로 직장을 다니는 엄마들은 공휴일이나 방학기간이 가장 큰 걱정이다. 그 이유는 아이들 점심끼니 때문이다. 주변에 아이들을 챙겨줄 수 있는 친정이나 시댁이 있지 않는 이상 점심을 거르거나 라면 등으로 대충 해결한다. 아이들을 떼어 놓고 일하는 것도 마음이 아프지만 먹을 것을 제 때 챙겨 주지 못한다는 미안함을 직장여성들은 갖는다. 특히 임대단지에 거주하는 조손, 결손 및 장애인가정의 아이를 둔 가정의 고민이 매우 크다. 이러한 고민거리를 한방에 날린 것이 바로 엄마손밥상사업이다.
 엄마손밥상사업은 LH 사회공헌부서에서 예산과 전체방향을 결정하게 되면 시민단체인 주거복지연대는 지역사회 장기공공임대단지들로부터 엄마손밥상 신청을 받아 장소확보여부와 운영능력, 참가어린이 신청자명단 등을 평가하고 운영위원회 논의를 거쳐 최종 확정한다.
 엄마손밥상이 하는 일은 주방 및 위생시설을 갖춘 관리동 장소에서 밥을 직접 지어 먹이는 일이다. 참가어린이 숫자에 따라 조리사 1∼2명을 채용하는데, 모성애 가득한 마음을 가지고 계신 분을 우선적으로 채용하게 된다. 부식비는 단지별로 약 100만원이 지급된다. 그리고 참가하는 어린이들에게 한끼당 1,000원을 받는다. 이 돈은 아이들이 갑자기 많이 왔을 때 늘어나는 부식비를 고려하였고, 특히 댓가를 지불하고 밥을 먹는 경제원리를 적용하는 것이 오히려 저소득층이 밀집된 단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빈곤의 낙인을 해소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이 더 크다는 판단에서 시행되고 있다.

 식사후에는 문화교실을 운영하여 아이들에게 좀 더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도록 하고 있다. 토피어리 실습, 독서토론, 영화관람, 생활과학교실, 세라밴드, 국악교실, 탁구교실, 음악줄넘기, 중국어회화, 아이클레이, 박물관견학, 미술교실, 한자교실, 영어교실, 종이접기, 점핑클레이, 바둑입문, 요리교실, 풍선아트, 독서지도, 심리상담, 비누공예, 폐현수막으로 가방만들기, NIE, 칼라믹스, 태권도교실, 포크아트, 글쓰기 등 총 109종목에 걸쳐 괴산동부단지 등 30곳에서 단지내에 거주하는 재능기부자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학교에서 쉽게 할 수 없거나 접하지 못했던 내용들을 엄마손밥상에서 진행하여 아이들에게 유익한 시간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엄마손밥상이 진행된 연 횟수는 2011년 겨울 현재 총199회에 달한다. 어린이 식사 월인원은 3,905명이 밥을 먹었고, 연인원으로 계산하면 64,564명에 이른다. 조리사 일자리는 453명에 이르고 자원봉사자는 어른 657명, 학생 98명, 강사 등 재능기부자는 102명이다. 엄마손밥상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2012년 여름방학에는 모두 국민임대단지 88곳에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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